중국이 한국의 무형유산을 자국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수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조선족 관련이라는 명목으로 아리랑, 판소리, 널뛰기 등 한국의 무형유산 101건을 자국 ‘국가급’ 및 ‘성(省)급’ 무형유산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하는 20건의 중국 국가급 무형유산 중 실제 한국이 유네스코에 등재한 것은 5건에 불과하며, 나머지 15건 중 7건은 국내에서 아예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해금, 널뛰기, 그네뛰기, 전통혼례 등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산들이 중국 유산으로만 남게 된 것이다.

이 중 중국 국가급 무형유산 20건은 유네스코 등재 추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20건 중 실제 한국이 유네스코에 등재한 것은 아리랑, 농악, 판소리, 씨름, 김장문화 등 5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15건 중 7건은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해당 7건은 퉁소음악, 해금, 삼노인(만담), 널뛰기·그네뛰기, 전통혼례, 회갑례, 회혼례 등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유산청의 안이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문화와 역사 문제는 장기간의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만큼, 정부의 선제적인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유산청은 중국이 우리 문화유산을 자국화하는 상황에서도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미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무형유산 지정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많은 문화유산이 중국에 의해 넘어간 상황에서 이러한 해명은 뒷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가유산청 측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지 않은 무형유산의 수집과 발굴을 위해 2013년부터 ‘한국무형유산종합조사 기초목록 수집’을 분야별로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중국에서 국가급으로 지정한 우리의 무형유산 중 해금산조, 널뛰기, 그네뛰기, 혼례, 수연례, 회혼례 등은 기초목록에 선정됐으며 향후 국내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무형유산 지정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을 강조하며, 중국 등 국외에서 지정된 우리 무형유산에 대한 보호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많은 무형유산이 중국에 의해 선점된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무형유산 보호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형유산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기록, 그리고 국제적인 공론화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주권을 확실히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