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번째 비자와 노동허가서 연장을 마친 후, 치앙마이에서 메싸이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홍수로 생긴 쓰레기를 치우는 트럭들 때문에, 온 시내가 황토 먼지로 뒤덮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있던 중 갑작스레 한 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졌다. 참 야속하다.
비가 그치자 유아원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굴착기 한 대와 트럭이 100m 남짓한 골목길의 진흙을 퍼내고 있었다. 유아원 아이들 놀이터에는 1m 가까이 진흙이 쌓여 있다. 조금 전의 비로 물이 더 불어났다. 높낮이 차이만 있을 뿐 메싸이 시내 3분의 2가 비슷한 상황이다.
홍수 피해 지역 중 가장 지대가 높은 이민국 옆, ‘태국 땅끝’ 표지판 바로 옆에 있는 친구 가게의 1층은 천장까지 진흙이 찼다. 쏨루악 강변 바로 옆이라 강이 범람할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본 지역이다.
쏨루악 강변의 관광 시장은 더욱 처참했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할머니가 진흙이 가득 실린 손수레를 위태롭게 끌고 있었고, 진흙 속에서 물건을 꺼내며 희망을 놓지 않는 부부도 있다.
미스터 DIY 가게 앞에서 한 아주머니는 진흙더미 앞에 간절한 소원을 빌기라도 하듯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진흙을 퍼 담는다. 피자집은 직원들이 총출동해 가게 안팍을 청소하고 있다. 중국 사원 1층에 있는 보석가게는 트랙터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쌓인 진흙을 밀어내고 있다.
옷가게 앞에 버려진 옷들을 뒤적이며 쓸 만한 옷을 찾는 사람도 있다. 구호품 상자가 곳곳에 쌓여 있고, 사람들은 쓸 만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상자가 열리면서 또 다른 쓰레기 더미가 만들어진다.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야시장 상인들을 위해 길가에 설치한 변압기에 핸드폰과 iPad를 충전하고 있다.
아직 치우지 않은 경찰서 앞 진흙과 쓰레기는 섬처럼 굳어 가고 있다. 곳곳에서 굴착기와 트럭들이 쓰레기를 치우는데 정부 지원인 줄 알았던 이 일이 알고 보니 집주인과 가게 주인들이 사비로 하고 있다고 했다.
유아원 골목을 치우는 굴착기도 유아원 옆에 사는 중국인이 불렀다고 한다. 굴착기 하루 비용은 3,000밧, 6톤 트럭은 2,500밧이라는데 그나마도 아는 사람이 없으면 예약조차 어렵다고 한다.
국경 다리 경계선에서는 미얀마와 태국 관리들이 만나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군 의무병이 배치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 지원 상항을 물었더니 아직 회의 중이란다. 음식과 물을 나눠주는 사람은 많으나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오롯이 주인 몫이다.
다급한 마음에 아는 사람들에게 유아원 앞의 진흙을 빨리 치울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한 젊은 친구가 “모두가 같은 상황이니 조용히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노동허가서 연장을 위한 건강 진단서를 받으러 갔을 때, 의사가 태국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냐고 물었다. “35년째이고, 당신에게 진단서를 받은 지도 벌써 5년이네요.” 그러자 의사는 “여기에서 산 기간이 한국에서보다 길군요. 태국이 마음에 드시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내년에도 뵙길 바란다는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
35번째 비자와 노동허가서 연장을 마친 후, 치앙마이에서 메싸이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홍수로 생긴 쓰레기를 치우는 트럭들 때문에, 온 시내가 황토 먼지로 뒤덮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있던 중 갑작스레 한 시간 동안 폭우가 쏟아졌다. 참 야속하다.
비가 그치자 유아원으로 향했다. 아침부터 굴착기 한 대와 트럭이 100m 남짓한 골목길의 진흙을 퍼내고 있었다. 유아원 아이들 놀이터에는 1m 가까이 진흙이 쌓여 있다. 조금 전의 비로 물이 더 불어났다. 높낮이 차이만 있을 뿐 메싸이 시내 3분의 2가 비슷한 상황이다.
홍수 피해 지역 중 가장 지대가 높은 이민국 옆, ‘태국 땅끝’ 표지판 바로 옆에 있는 친구 가게의 1층은 천장까지 진흙이 찼다. 쏨루악 강변 바로 옆이라 강이 범람할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본 지역이다.
쏨루악 강변의 관광 시장은 더욱 처참했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할머니가 진흙이 가득 실린 손수레를 위태롭게 끌고 있었고, 진흙 속에서 물건을 꺼내며 희망을 놓지 않는 부부도 있다.
미스터 DIY 가게 앞에서 한 아주머니는 진흙더미 앞에 간절한 소원을 빌기라도 하듯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진흙을 퍼 담는다. 피자집은 직원들이 총출동해 가게 안팍을 청소하고 있다. 중국 사원 1층에 있는 보석가게는 트랙터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 쌓인 진흙을 밀어내고 있다.
옷가게 앞에 버려진 옷들을 뒤적이며 쓸 만한 옷을 찾는 사람도 있다. 구호품 상자가 곳곳에 쌓여 있고, 사람들은 쓸 만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상자가 열리면서 또 다른 쓰레기 더미가 만들어진다.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야시장 상인들을 위해 길가에 설치한 변압기에 핸드폰과 iPad를 충전하고 있다.
아직 치우지 않은 경찰서 앞 진흙과 쓰레기는 섬처럼 굳어 가고 있다. 곳곳에서 굴착기와 트럭들이 쓰레기를 치우는데 정부 지원인 줄 알았던 이 일이 알고 보니 집주인과 가게 주인들이 사비로 하고 있다고 했다.
유아원 골목을 치우는 굴착기도 유아원 옆에 사는 중국인이 불렀다고 한다. 굴착기 하루 비용은 3,000밧, 6톤 트럭은 2,500밧이라는데 그나마도 아는 사람이 없으면 예약조차 어렵다고 한다.
국경 다리 경계선에서는 미얀마와 태국 관리들이 만나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군 의무병이 배치된 것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 지원 상항을 물었더니 아직 회의 중이란다. 음식과 물을 나눠주는 사람은 많으나 쓰레기를 치우는 것은 오롯이 주인 몫이다.
다급한 마음에 아는 사람들에게 유아원 앞의 진흙을 빨리 치울 방법이 없는지 물었다. 한 젊은 친구가 “모두가 같은 상황이니 조용히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노동허가서 연장을 위한 건강 진단서를 받으러 갔을 때, 의사가 태국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냐고 물었다. “35년째이고, 당신에게 진단서를 받은 지도 벌써 5년이네요.” 그러자 의사는 “여기에서 산 기간이 한국에서보다 길군요. 태국이 마음에 드시나요?”라고 물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내년에도 뵙길 바란다는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