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이기적이다. 차고 넘쳐도 나누려 하지 않는다. 자연재해는 스스로 공존하길 거부하는 문명에게 공존의 기회를 주었다. 홍수 쓰레기를 치우는 방법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절망 속에 모든 것을 포기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아낸다.
물이 빠진 가게들 앞은 주인들이 내놓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어떻게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씻어서 따로 보관하고, 해봐야 손해가 더 커질 물건들은 밖에 버린다.
새벽부터 시장통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버려진 물건이 나오면 하나라도 건질까 싶어 우르르 몰려든다.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덤핑 판매를 하는 가게도 있다. 물이 빠진 메싸이는 이렇게 몰려든 사람들로 또 하나의 '홍수'를 이룬다. 소문이 퍼지면서 그 수는 날마다 늘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번화한 골목 상가들은 진흙으로 뒤덮였고, 상가 천장과 도로변 전깃줄에는 온갖 쓰레기가 엉겨 붙어 있다. 쏨루악 강과 시장 도로 사이에는 토사가 2층 지붕까지 덮여 있어 마치 작은 섬 같다.
옷, 신발, 이불, 전자제품, 장난감, 말린 과일과 차까지 모든 것이 흙 속에 묻혀 있다. 한 모자 가게 주인은 미얀마 사람들을 고용해 도로 위를 흐르는 흙탕물 속에서 모자를 씻고 있고, 전자제품 가게는 필요한 물건은 알아서 가져가라는 식이다.
그중 이불 가게가 가장 인기가 많다. 진흙에 덮인 이불이 밖으로 던져지면, 그것을 차지하려는 사람들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온전한 이불 봉지가 나오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기도 한다.
한 옷가게 여주인은 아직도 가게 안에 흐르는 진흙탕 위에 털썩 주저앉아 그런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는 슬퍼하고, 누군가는 그 속에서 자기 필요를 챙긴다. 미얀마 동북부와 태국 북부 국경에는 희망과 절망이 경계선처럼 흐르고 있다.
오늘 아침부터 우리 유아원도 진흙을 치우기로 했다.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파야오신학교 학생 5명이 일손을 보태러 왔다. 미얀마에서도 5명이 왔다. 자원봉사나 일용직으로 복구 현장에 가는 사람은 다 각자 필요한 장비를 챙겨가는데, 미얀마에서 온 이들은 빈손으로 왔다. 이들은 돌려보냈다. 그저 시간만 버릴 것 같아서다.
마을 위쪽에서 진흙을 치우고 청소하면서 흘려보낸 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밀려왔다. 우리 유아원이 바로 그 골목 끝이다. 어제보다 진흙이 20cm 이상 더 쌓였다. 철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로라도 뚫으려고 두 시간을 진흙과 싸웠지만, 감당하기 어렵다. 몸이 가벼운 아이를 마당 안으로 들여보내 유아원의 닫힌 창문들을 열도록 했다. 그마저도 진흙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상황이라, 결국 철수했다.
진흙으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사원으로 갔다. 그곳에는 씻을 물은 물론이고 마실 물, 젖은 옷을 갈아입을 옷, 잠잘 곳도 있었다. 샤워장에는 나그네를 위한 온수기도 설치되어 있었다. 어깨띠를 둘러메고 안내하는 자는 없다. 한창 씻고 있는데 한 사람이 하얀 수건을 들고 서 있다가 닦으라고 준다. 또 깨닫고 배웠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고 시작해도, 그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다. 어렵다, 힘들다, 불가능하다고 도전 자체를 두려워하는 현지 동역자들이 답답하다. 저들이 자기들의 생각을 감싸고 있는 진흙 늪도 치워내길 바라며 기도했다.
문명은 이기적이다. 차고 넘쳐도 나누려 하지 않는다. 자연재해는 스스로 공존하길 거부하는 문명에게 공존의 기회를 주었다. 홍수 쓰레기를 치우는 방법도 다양하다. 누군가는 절망 속에 모든 것을 포기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아낸다.
물이 빠진 가게들 앞은 주인들이 내놓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어떻게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씻어서 따로 보관하고, 해봐야 손해가 더 커질 물건들은 밖에 버린다.
새벽부터 시장통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버려진 물건이 나오면 하나라도 건질까 싶어 우르르 몰려든다. 손해를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덤핑 판매를 하는 가게도 있다. 물이 빠진 메싸이는 이렇게 몰려든 사람들로 또 하나의 '홍수'를 이룬다. 소문이 퍼지면서 그 수는 날마다 늘고 있다.
시장에서 가장 번화한 골목 상가들은 진흙으로 뒤덮였고, 상가 천장과 도로변 전깃줄에는 온갖 쓰레기가 엉겨 붙어 있다. 쏨루악 강과 시장 도로 사이에는 토사가 2층 지붕까지 덮여 있어 마치 작은 섬 같다.
옷, 신발, 이불, 전자제품, 장난감, 말린 과일과 차까지 모든 것이 흙 속에 묻혀 있다. 한 모자 가게 주인은 미얀마 사람들을 고용해 도로 위를 흐르는 흙탕물 속에서 모자를 씻고 있고, 전자제품 가게는 필요한 물건은 알아서 가져가라는 식이다.
그중 이불 가게가 가장 인기가 많다. 진흙에 덮인 이불이 밖으로 던져지면, 그것을 차지하려는 사람들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온전한 이불 봉지가 나오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기도 한다.
한 옷가게 여주인은 아직도 가게 안에 흐르는 진흙탕 위에 털썩 주저앉아 그런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누군가는 슬퍼하고, 누군가는 그 속에서 자기 필요를 챙긴다. 미얀마 동북부와 태국 북부 국경에는 희망과 절망이 경계선처럼 흐르고 있다.
오늘 아침부터 우리 유아원도 진흙을 치우기로 했다.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파야오신학교 학생 5명이 일손을 보태러 왔다. 미얀마에서도 5명이 왔다. 자원봉사나 일용직으로 복구 현장에 가는 사람은 다 각자 필요한 장비를 챙겨가는데, 미얀마에서 온 이들은 빈손으로 왔다. 이들은 돌려보냈다. 그저 시간만 버릴 것 같아서다.
마을 위쪽에서 진흙을 치우고 청소하면서 흘려보낸 물이 가장 낮은 곳으로 밀려왔다. 우리 유아원이 바로 그 골목 끝이다. 어제보다 진흙이 20cm 이상 더 쌓였다. 철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꼼짝도 하지 않는다.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로라도 뚫으려고 두 시간을 진흙과 싸웠지만, 감당하기 어렵다. 몸이 가벼운 아이를 마당 안으로 들여보내 유아원의 닫힌 창문들을 열도록 했다. 그마저도 진흙이 허리까지 차오르는 상황이라, 결국 철수했다.
진흙으로 범벅이 된 몸을 이끌고 사원으로 갔다. 그곳에는 씻을 물은 물론이고 마실 물, 젖은 옷을 갈아입을 옷, 잠잘 곳도 있었다. 샤워장에는 나그네를 위한 온수기도 설치되어 있었다. 어깨띠를 둘러메고 안내하는 자는 없다. 한창 씻고 있는데 한 사람이 하얀 수건을 들고 서 있다가 닦으라고 준다. 또 깨닫고 배웠다.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고 시작해도, 그 과정은 생각보다 힘들고 어렵다. 어렵다, 힘들다, 불가능하다고 도전 자체를 두려워하는 현지 동역자들이 답답하다. 저들이 자기들의 생각을 감싸고 있는 진흙 늪도 치워내길 바라며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