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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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아 반 

                                                                     -메콩강소년-

바하의 선율을 따라 커피를 내리는 그의 모습이 진지하다.
허투루 농담 한마디 못 하는 그가 커피와 그의 고향 얘기를 주고받으며 

타버린 가슴을 내려 하얀 잔을 하나둘 채운다. 

짭짜름한 그의 땀이 목젖을 적시며 심장을 절인다.

그녀는 묵은김치를 송송 썰고, 돼지 앞다리를 두툼하게 잘라 

젓가락에 꽂히는 두부와 함께 넣어 지글지글 끓인다. 

초가집의 추억이 향기롭게 피어오르니 

눈비 맞으며 지리산 산지기 30여 년을 보낸 

친구의 눈가에 꼬르륵 염치없는 소리가 새고 

꾹 다문 입술에는 침이 고인다.

알맞게 익어 코끝을 찌르는 홍어와 

마지막 잎새에 찢어진 보랏빛 살을 숨기고 있던 무화과, 

사뿐 걷는 걸음에도 문드러지게 익은 두 상자를 들고 

시끌벅적 등장하는 반장님 환영에 

바로크의 선율도 놀란 양 멈칫한다.

뒷동산에 밤송이 떨군 가을이 어둠을 재촉하고 

창문 너머 높은 빌딩이 짧은 노을까지 가려 

썰렁해진 교회 커피숍에 광한루 오도령 등장하니 

그날의 첫눈도 올 것 같다. 

내 마음을 이리도 예쁘게 그려 준 임들에게 

댕기 풀어 붉게 물든 고마움 살짝 가렸다.

*지진아 반은 부부 동반 친구 모임 명칭이다.



되돌이표

                                 -메콩강소년-

사춘기 들판

머금은 이슬마다 

11월의 사연들이

하얗게 매달렸다

붉던 동녘이 밝아지면

떨어지고 스며들어

풀뿌리 사이로 

숨죽여 사라질 거면서

날마다 어둠의 끝자락 붙들고

글썽이는 영롱한 눈물에는

오선지 끝 되돌이표가 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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