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떵르앙(Mlabri)’ 소녀들의 문명 나들이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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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앙마이는 축제의 계절이다. 12월 중순부터 시작된 ‘겨울 축제’에 이어 소수민족들의 ‘새해 축제’가 끝나자 지역 특산품을 홍보하는 각종 ‘수공예 축제’가 있었고, 이번 주에는 ‘치앙마이 음식 축제’가 ‘음식의 사랑, 국경 없는 사랑’이란 주제로 열렸다.

 공항 근처 백화점 입구 작은 공간에서는 태국 소수민족 특산품을 파는 임시 노점과 소수민족 젊은이들이 자기 부족의 특산품을 소개하는 무대가 있었다. 저들은 나의 마음을 태국 땅에 묶어둔 자들이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10여개 남짓한 가게 대부분은 가장 숫자가 많은 카렌족이 차지하고 있었다.

 가장 끝에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태국 내 소수민족 중의 소수민족인 ‘피떵르앙(Mlabri)’ 부족 소녀들 4명이 야생 ‘마’에 천연염료로 염색한 ‘망태기’ 비슷한 가방을 팔고 있었다. 이 종족은 태국 내에 핏싸눌록, 프레, 난, 지역에 약 천여 명 정도만 남은 아주 작은 소수민족이다.

 저들은 나뭇잎으로 집을 짓고, 그 나뭇잎이 누렇게 말라비틀어지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 푸른 새잎으로 새집을 짓고 살기 때문에, 태국 사람들은 그들을 ‘귀신 종족(피떵르앙)’이라 부른다. 태국 소수민족인 ‘몽족’은 한때 저들을 자신들의 노예로 부리기도 했었다.

 선교사들이 저들을 개화시키려고 무척이나 노력했지만, 주인인 ‘몽족’이 명령하면 그 명령에 따라가 버리기 때문에 개화가 몹시 어려운 부족이다. 마침 그 부족 소녀 4명이 크고 작은 망태기 모양의 가방 10개를 가지고 이 축제에 참여하고 있었다.

 다른 부족은 전통춤을 소개하기도 하고, 잠시 무대에 올라가 특산품을 소개하고 팔기도 하건만, 저들은 손님이 와도 관심도 주지 않고 테이블 뒤에 숨어 앉아있다. 여섯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한 사람당 왕복 600바트의 차비를 들여서 왔다는데. 종일 한 개도 팔지 못했다고 한다.

 밥이라도 한 끼 사줄까 하다, 아무래도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파는 기쁨을 맛보게 해주는 게 좋겠다 싶어, 아내 손을 잡고 그들 앞으로 갔다. 별 실용성이 없다고 사고 싶어 하지 않는 아내에게 저들 부족에 대한 역사와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저들이 어렵게 문명사회에 도전했는데, 실망을 주면 안 될 것 같으니, 우리가 몇 개 사자고 했다. 이런 곳에 나오는 물건치고는 값이 꽤 나갔지만 그중 몇 개를 구매했다. 내일 아침 9시 차로 마을로 돌아간다는데 저 ‘말라부리 부족’ 소녀들이 희망을 품고 돌아간다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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