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부족들의 축제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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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수족은 세 줄 기타(쓰브)의 선명하면서도 고요한 리듬에 맞추어 발로 땅을 살짝 스치며 밟는 스텝 소리가 빈틈없는 하나 된 공동체의 모습을 담고 있다.

마을 원로들은 생황의 리듬을 따라 마당 중앙에서 춤을 추며 흥을 돋우고, 전통 복장을 입은 모든 남녀노소는 둥글게 원을 그리며 손을 잡고 ‘쓰브’의 리듬을 따라 스텝을 밟는다. 

달빛이 여인네들의 모자 끝에서 출렁거리는 붉은색 수술 사이를 열었다 젖힐 때마다 여인네들의 눈동자에는 빈틈없이 하나 된 공동체의 모습이 빛난다.

저들의 고요한 움직임 속에는 강렬한 전의가 감추어져 있고 과하지 않은 리듬과 스텝의 우아함 속에는 기회를 노리는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다. 저들의 일사불란한 춤 동작에 적들마저 공격을 멈추고 숨죽였을 것이다.

리수족 축제가 한창일 때 가끔 그들과 섞여 스텝을 따라해 봐도 저들처럼 자연스럽지 않은 것은, 내 안에 리수족의 피가 흐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리수족’과 ‘라후쎌레족’의 리듬과 춤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리수족은 남녀노소가 다 함께 하나의 큰 원을 그리며 스텝을 밟지만, 라후셀레족은 여자들 4-5명이 빈틈없이 엇갈려 팔짱을 끼고 제단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춘다는 차이가 있다.

‘라후쎌레족’ 여인네들은 팔짱을 끼고 춤을 출 때, 적의 어떠한 공격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주변에 눈길 한번 돌리지 않고 자기 위치를 지키며 춤사위를 이어가는 모습이 사뭇 전사와 같다. 

라후족의 춤은 원 세 개가 각각 반대로 돌아가며 춘다. 한을 품은 원이 중앙에, 미안한 마음과 사랑을 품은 원이 중간에, 부모의 화해에 기뻐하는 아이들의 발랄한 춤사위가 세 번째 원을 그린다. 마당 한가운데 세워진 소나무로 만들어진 제단을 중심으로 남자들이 온몸을 비틀며 땅을 밟고 차며 생황(너)을 분다. 

그렇게 전설을 따라 한풀이 춤을 추면,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을 둘러싸듯 손을 잡고 남자들의 춤사위를 반대로 돌며 사랑스럽게 미안함을 나타내며 위로의 춤으로 화답한다. 모처럼 마음껏 배불리 먹은 멋모르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원 밖에서 북과 징을 치며 빠른 스텝과 다양한 손동작으로 하나 된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축제의 가무와 잔치는 즐기지만, 그 배경이 된 역사와 정신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축제의 배경을 아는 이가 많지 않고 기록된 문서도 없다. 그들의 역사와 지켜온 사상이 사라지면 사람들은 무지해지고 축제를 상품화하는 이기적인 기득권이 형성된다. 

개방된 이들의 축제가 상품화되어가고 있다. 이들의 순수한 친절이 문명의 이기에 상처받고 있다. 나의 이런 글조차 말초적 쾌락을 찾는 개념 없는 관광객의 호기심을 자극할까 두렵다. 

이제 이들의 축제를 입장료를 내고 봐야 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동남아 소수 부족들의 변형되지 않은 축제 문화는 충분히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보존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뜻있는 자들이 힘을 모아 그들의 축제가 변질되지 않도록 협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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