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의 명분과 함정

2024-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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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위해서 어디까지 해봤니”…선교사 만난 50대 신도의 사망. “캄보디아 선교사에 수억원 편취당해”(24/7/20. JTBC 뉴스룸)라는 뉴스를 보았다. 하나님과 선교를 파는 사기꾼과 그 피해자에 관한 뉴스다. 가해자는 한국의 큰 교단의 목사이고 선교사였다. 상황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모르지만 이런 자의 말에 속아서 많은 돈을 빌려서까지 갖다 바친 여성이 있었다.

기자가 이 여인의 사망 소식을 가지고 이 사기꾼이 있는 인천의 한 병원을 찾아갔다. 그는 기자에게 자기는 특별한 신적 능력이 있다며 “돈을 좋아하는 사람은 가짜다. 저는 지금도 무소유입니다. 나는 집 없는 천사….”라고 했다. 기자가 “그럼 지금 어디 사세요”라고 묻자 “저는 캄보디아 왔다 갔다 한다니까요” 그리고 그는, 그녀를 캄보디아 현지 재단법인의 이사장을 만들어 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뉴스에 종교와 좋은 일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의 특징이 다 나와 있는 것 같다. 종교 사기꾼의 첫 번째 특징은 거룩한 신분에 더하여 특별한 자기 능력을 어필한다. 두 번째는 무소유를 강조하면서도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며 돈을 강요한다. 세 번째는 영적 신분에 맞는 자기 지정석이 없는데 외국과 한국을 자주 오간다. 네 번째는 현지에 법인을 설립했는데, 그곳에 필요하다며 헌금을 요구하고, 법인의 이사나 대표 자리를 가지고 유혹한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상식선의 믿음만 있어도 알 수 있다. 최근 세 번째 형태의 문제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 해외여행과 은퇴 이민의 붐이, 바르지 않은 선교사들과 결탁하여 나타난 현상이지 싶다. 이런 자들은 교회와 주변에 끈끈한 인맥을 가지고 있으며 그 인맥에 속한 자들은 지정석이 없이 외국과 한국을 오가는 그를 의심하면서도 인간관계에 매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 번째, 선교지에 세운 법인과 부동산 문제는 한국 선교의 시한폭탄 같다. 법인은 한 개인이 아닌 공적인 교단이나 단체가 거시적 선교 계획 속에서 필요할 경우, 한 나라에 하나 정도만 세워서, 그 나라에서 사역하는 모든 소속 선교사들이 연합해서 일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 선교사의 법인은 같은 지역, 같은 교단이면서도 대부분 개인별로 가지고 있다.

어느 순간 법인과 부동산을 소유한 것이 선교사의 능력처럼 비치고 있다. 어리석은 믿음이다. 선교사들이 법인을 만드는 대부분 이유는 현지의 재산권 보호와 비자를 위해서다. 사람이 없는데 현지인의 이름을 빌리거나 법인 먼저 만들어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잘못된 출발을 하고 있다.

선교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내가 양육한 사람도 없는데, 사람을 빌려와 법인을 만들면, 그는 법인 운영에 책임감이 없다. 이런 법인은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다. 바르지 않은 선교사와 목사가 성도들을 속이는 방법의 하나다. 외국에서 개인이 세운 법인은 돈이 만들고, 돈이 있어야 관리할 수 있고, 돈으로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한국 선교사가 소유한 부동산 중에는 부동산적 가치가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여기에 악순환의 고리가 있다. 어찌어찌 시작은 했지만, 운영이 어려워 팔려고 해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 눈먼 자에게나 팔아야 한다. 현지인은 이 상황을 즐기며 자기 때를 기다린다. 이런 악순환이 이어져도 한국 교단이나 선교단체는 여전히 쉬쉬하는 게 참으로 안타깝다.

부산의 한 교회는 약 20년 전에 수억을 들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지만, 긴 시간 동안 법인의 이름으로 주인행세를 하려는 선교사와 그걸 되찾아 선교적 성공담을 만들어보려는 교회가 갈등하며 많은 에너지를 낭비했다. 이 부동산을 한 선교단체에 팔아넘기려 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어느 교회는 한 선교사의 말만 믿고 등기도 없는 땅을 매입해 건물을 짓고 난 후 교회의 골칫거리가 되었지만, 담임 목사가 법인의 대표라는 명분으로 그걸 지키려고 많은 관리비를 보내면서도 성도들에게는 선교한다고 말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교회와 동맹해 선교비를 받아 살아가는 선교사도 있다.

선교사가 현지에 세운 재단법인이나 사단법인의 이름으로 돈을 요구하며 자리를 말하는 것은 사기다. UN 산하의 NGO 단체는 이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은 개인 소유가 되어서는 안 되는데, 선교사가 슬쩍 사유화해도 징계도, 책임지는 자도 없다. 이런 한국 교회와 선교의 민낯이, 오늘 뉴스에 등장한 사기꾼이 저토록 뻔뻔한 배경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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