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모든 소음이 가라앉은 방 안에서 전화기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깊은 외로움과 무력감 속에서 누구라도 붙잡고 싶지만, 정작 떠오르는 이름이 없습니다.

가족은 그를 사랑하지만, 그의 복잡한 감정을 헤아리기엔 거리가 있습니다. 친구는 많아 보여도 진심을 꺼낼 수 있는 이는 몇 되지 않습니다. 아내나 연인은 어쩌면 그를 가장 슬프게 한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그는 아무에게도 전화를 걸지 못한 채,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잠에 들고, 아침이 오면 또다시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살아갑니다.

이 남성의 이야기는 결코 개인적인 경험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이름 아래, 남성에게 감정을 억누르기를 강요해왔습니다. 감정 표현은 약함의 상징이 아니건만, 남성에게 허용된 감정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슬픔을 말할 수 없고, 외로움을 드러내는 순간조차 꺼려지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많은 남성들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왜 그는 전화할 사람이 없었을까?”라고. 그리고 사회 전체가 그 해답을 함께 찾아야 합니다. 감정을 이야기하는 일이 용기 있는 선택이 되고, 누구든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안전한 관계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남성이 감정을 표현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사회.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따뜻하고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시작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