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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정인 전 아세안 대사, "대사관과 재외 동포 간 더욱 긴밀한 원팀 네트워크 필요"

Online Team
2024-12-07
조회수 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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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와 함께 걸어온 세계 속 한인 외교관의 35년


<대담>정성희 기자(본지 부대표)



인사말 및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30년 이상 외교부에서 재외국민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많은 경험을 쌓으셨습니다. 국민들과 750만 재외동포, 그리고 세계한인뉴스 ‘뉴스케이’ 독자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세계 한인 뉴스 및 뉴스케이 독자들께 인터뷰를 통해 인사드리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모두가 지금 살고 계시는 국가와 우리 대한민국 간 가교 역할을 하며, 현지에서 민간 외교사절로서 중요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또한 외교부 직업 외교관으로서 35년간 미국 연수 후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호주, 일본, 태국,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특히 해외에서는 이탈리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영사 업무를 맡고, 멕시코 대사를 역임하며 많은 재외동포를 만나 현지 사회에서 우리 권익 보호를 위해 함께 노력한 바 있었습니다. 또한 외교부 본부에서는 김선일 피랍 사건, 라오스 탈북민 사태, 아프간 사태를 겪으며 교민 문제를 깊이 고민한 적도 있었습니다.


외교관의 길을 선택한 계기와 경험

-외교관의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나 동기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외교부에서 다양한 요직과 재외공관에서 근무하셨는데, 외교관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보람이나 특별한 에피소드는 무엇이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는 1988년 외무고시를 통해 외교부에 입부했습니다. 당시에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처럼, 대학 친구가 먼저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부에 입부한 것을 보고 무작정 외교관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해외 생활을 하다 보면 모두 애국자가 되듯,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강대국에 둘러싸이고 북한 위협이 상존하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외교만이 우리의 안보, 평화, 그리고 번영을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1988년 외교부 입부 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등 8번의 행정부를 거치며 공직에 몸담았습니다. 비록 진영이 다른 행정부였지만, 초당적 외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외교관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외교관으로서 말 못 할 비화도 많습니다만, 기억에 남는 보람된 사례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영사로서 98년 5월 4,800여 명의 교민을 본국 또는 인근 동남아 국가로 철수시키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32년 장기집권 후 하야하자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폭동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중국계 화교에 대한 공격이 있었습니다. 폭동에 가담한 인도네시아 군중 중에서 한국인과 일본인의 용모가 중국계 화교 인과 비슷하여 우리 교민들에 대한 피해가 생겨 인도네시아 거주 교민들의 귀국 또는 3국 피신을 도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더 일찍 더 체계적으로 교민 철수를 더 잘 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듭니다. 지금은 본부 차원에서 해외 긴급사태 발생 시 비상 대응 팀이 가동되고 있어서 체계적인 교민 보호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부산에서 열린 2014년 2차 부산 및 2019년 부산 3차 한 아세안 특별 정상 회의에 직접 관여하고 성과를 거두는데 일조한 점입니다.

먼저 2014년 12월 부산에서 한 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25주년을 기념하는 2차 한 아세안특별정상 회의(2009년 6월 제주 1차 한 아세안 특별 정상 회의) 시 외교부 아세안 및 동남아 담당 국장으로서 부산 해운대에 '아세안 문화원' 신설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 큰 보람입니다. 후에 아세안 대표부 대사로서 2017년 아세안 문화원 오픈 행사에 참석한 바 있습니다. 2019년 11월 부산 3차 한 아세안특별정상 회의 개최 시에는 의전 및 홍보 총괄을 하는 준비기획단장으로서 성공적 행사 개최에 기여했습니다.

또한 외교부 본부에서 아세안 및 동남아 담당 심의관과 국장 시에는 83년 아웅산 테러로 숨진 17명의 순국 사절을 위해 2014.6.6 현충일 계기 미얀마 양곤의 국립묘지 앞에 미얀마 추모비 제막식을 하였습니다. 행사 담당 책임자로서 순국선열 가족들이 제 손을 꼭 잡으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고맙다는 말을 듣는 순간 공직자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UN 국제 관련 업무 계획과 소신

-2024. 10월 맡게 된 제2의 UN 국제 관련 업무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해당 업무를 수행하면서 본인이 생각하는 역할과 소신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먼저 유엔기념공원(UNMCK)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엔기념공원은 한국 내 최초 국제기구입니다.

유엔기념공원은 한국전쟁이 한창 중이던 73년 전인 1951년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이 영면한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로 부산 대연동에 조성되었습니다.

조성 초기에는 유엔 사령부가 관리했으며, 1959년 유엔과 대한민국 정부 간에 협정이 체결된 후에는 유엔이 담당했습니다. 이후 1974년 유엔에서 재한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 위원회로 관리 업무와 권리가 이관되어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재한유엔기념공원 관리 위원회는 공원 내 안장자가 있는 주한 대사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엔기념공원은 현재 호주,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대한민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튀르키예, 영국, 미국, 콜롬비아, 벨기에, 태국 등 14개국 2,330분이 안장되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으로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금년 10.23 재한유엔기념공원 관리 위원회 정기총회에서 3년 재임 기간 중 최우선 목표 3가지를 말씀 드렸는데 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 공원의 비전과 미션의 핵심인 유엔기념공원의 경건함 유지입니다.

둘째, 안장국 정부 및 대사들과의 대외협력 강화입니다.

셋째, 대한민국 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이웃 커뮤니티와의 적극적 소통 강화입니다. 

현재 유엔기념공원에서는 4월 가평 연연방 전투, 6월 한국전쟁 전몰자 추모행사, 10월 유엔데이, 11.11 턴 투워드부산('부산을 향하여' 전 세계 국민들이 1분간 묵념) 등 연 130회 참배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연 43만 명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재외국민 정책과 방향성

-재외국민을 위해 평소 생각해 오신 정책 방향이나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특히 750만 재외 동포들에게 어떤 지원이나 관심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재외 동포는 우리의 귀중한 인적 자산입니다. 그분들이 초창기에 세계 각국에 진출해 현지 사회에 뿌리를 내린 덕분에 대사관과 기업들이 초기 정착비용을 줄이고 안착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저는 우리 정부가 재외 동포의 오랜 숙원인 재외동포청이 출범해 재외 동포의 권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한 것을 높이 평가합니다.

제가 공직에서 은퇴를 하였으니 정부의 재외 동포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정부와 재외 동포 모두에게 참고가 되는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재외 동포 여러분들이 현지에서 각 분야의 주류사회에 진출하시기를 바랍니다.

단순히 비즈니스를 성공하는 것뿐 아니라 정치 분야에서 진출해 현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를 익히고 사회적 공헌을 통해 현지 국민들의 마음을 사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둘째, 현지 주류사회에 진출하신 후에는 이를 바탕으로 현지 사회와 한국 간 교량 역할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중소기업은 물론 젊은 청년들이 현지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노하우, 경험 및 네트워크를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상이 지금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셋째, 대사관과 재외 동포 간 더욱 긴밀한 원팀 네트워크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해외에서 근무하다 보면 대사관과 재외 동포 간 관계가 보다 가까워질 필요성을 느끼는데 대사관 직원들은 직원대로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 여기고, 재외 동포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어 서로 적당한 관계 유지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된 근본적 이유는 제 자신을 포함해 대사관과 총영사관 직원들의 탓입니다만, 공관 문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재외 동포 청 신설 계기로 우리 대사관들도 새로운 마음가짐과 행동으로 재외 동포들께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인 비전과 향후 계획

-앞으로 이루고자 하는 개인적인 목표나 장기적인 비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저는 외교관으로 35년, 은퇴 후 무상원조(ODA)를 담당하는 한국 국제협력단(KOICA) 1년 반 근무를 하고, 다시 국제기구인 유엔기념공원에서 새로운 형태의 공직을 맡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 봉사 자리인 이곳에서 공사로 충실한 삶을 살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아온 대문호 톨스토이의 경구인 '지금 하고 있는 일, 자금, 만나는 사람,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실천하겠습니다.

특히 저는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으로 유엔기념공원이 세계와 자유를 위한 국제연대의 상징이자 대한민국 정부의 보은 의지를 나타내는 보은의 상징, 그리고 자유와 평화의 중요성을 알 깨워 주는 미래세대의 교육장소로서의 중요성이 부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유엔기념공원에 더 많은 대내외 참배객들이 방문하기를 기대하며, 특히 동포 여러분들이 모국 방문 기회에 유엔기념공원을 꼭 찾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4년 10월 23일, 튀르키예 해군참모장이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해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약력>

서정인 전 주아세안 대사는  88년 외무고시 후 외교부 공보과장 및 동남아과장, 남아시아태평양국 심의관 및 남아시아태평양 국장,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습니다. 주아세안 대사를 포함해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 등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했으며, 이태리, 인니, 태국, 호주, 일본, 멕시코 등 해외 공관에 근무했습니다. 2022년 말 주멕시코 대사를 마치고, 외교부 35년 커리어 후 2023.2월 정년퇴직했습니다. 그후 그는 코이카 비상임 감사 및 방콕 유엔 에스캅 시니어 컨설턴트를 역임했습니다. 

현재는 2024.10월 부터 유엔기념공원 관리처장으로 근무 중에 있으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한국 이사, 아세안안보포럼 전문가 그룹(ARF EEPs) 멤버입니다.

한국외대 독일어과 학사, 미 조지 워싱턴 Elliott School 대학원 석사 및 멕시코 게레타로 공대 명예박사이며, 홍조근조훈장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