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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세계 무대를 향한 K-클래식의 담대한 비상: 글로벌 공연기획자 유소방 대표

고용철KoYongChul
2025-06-19
조회수 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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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기념 '경주국제뮤직페스티벌' 개최


 SBU & Partners 유소방 대표


"안 되면 되게 하라." 이 문구는 글로벌 공연기획자 유소방 대표의 삶과 철학을 관통하는 하나의 지침과도 같다. 4살 딸의 빈 국립 음대 입학을 계기로 오스트리아에 정착한 지 25년, 그는 한국과 유럽을 잇는 문화 예술의 가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K-클래식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 드높이고 있다. 공연을 기획하고 성사시키는 값진 성과 뒤에, 한국 예술가들이 더욱 큰 무대에서 빛을 발하고 '마침내 빈체로(Vincero, 승리하다)' 할 수 있도록 헌신해온 그의 발자취는 감동과 영감을 선사한다.

 

우연이 빚어낸 운명, 그리고 사명감

 

유소방 대표의 삶은 네 살 딸의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예술대학교 예비학교 최연소 입학이라는 우연한 사건에서 전환점을 맞았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꿈을 접어야 했던 유 대표는, 동생의 추천으로 바이올린을 시작한 딸에게서 자신의 못다 이룬 꿈과 가능성을 보았다. 딸이 빈 국립 음대 영재과 교수에게 "내가 키울 테니 오스트리아에 있어라"는 말을 듣고 덜컥 합격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낯선 타국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2년만을 생각했지만, 최고 수준의 음악 교육을 전액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오스트리아의 예술 지원 시스템은 그를 25년간 그곳에 머물게 했다.

딸의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유 대표는 딸이 15살이 되던 해, 스스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개척해나가야 할 시점임을 깨닫고 홀로서기를 준비했다. 딸을 세계적인 음악가로 키워낸 경험은 그에게 공연 기획자로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콩쿠르에 나가면 항상 좋은 성적을 내는데, 거기에 그치지 않도록 엄마가 그들을 성장시킬 뭔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딸의 조언은 유 대표가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한국 공식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그의 개인적인 경험과 딸과의 교감은 K-클래식의 세계화라는 거대한 사명감으로 이어졌다.


 KBS교향악단과 함께 2025 경주국제뮤직페스티벌에서 열연을 펼친 정명훈 지휘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파트너십과 '위너스 콘서트': 한국 예술가의 날개

 

벨기에 왕비의 이름을 딴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클래식 콩쿠르 '빅3'로 꼽히며, 결선이 지상파를 통해 생중계될 정도로 벨기에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대회다. 특히 2010년대 이후 이 대회 예선 참가자의 25~30%가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인 연주자들의 두각이 두드러진다. 벨기에 공영방송 RTBF는 2012년 '한국 음악의 비밀'에 이어 2020년 'K클래식 세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한국 클래식의 저력을 조명하기도 했다.

유소방 대표는 콩쿠르 수상자들이 실질적인 공연 기회를 얻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수차례의 노력 끝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의 한국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한 그는 2019년부터 '위너스 콘서트'를 선보였다. 콩쿠르 우승자들에게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의 여러 공연장에서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콩쿠르 이후의 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처음 5개 공연으로 시작해 현재는 10개 공연을 계획할 정도로 '위너스 콘서트'는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며 한국 예술가들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는 유 대표의 "콩쿠르는 하나의 관문일 뿐, 열매를 맺기 시작한 이후 무르익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는 철학이 구현된 결과이다.

 

문화 교류의 선구자: 한국-유럽을 잇는 가교

 

유소방 대표는 지난 25년간의 유럽 현지 생활을 통해 한국과 유럽 간 문화 교류 사업에서 전례 없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국내 국공립 단체 및 지자체 시립 단체들의 해외 유명 페스티벌 초청 공연을 다수 연계했으며, 수준 높은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과 한국 연주자들과의 협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성과는 2016년 오스트리아 3대 페스티벌 중 하나인 '브루크너 페스티벌'에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선정되도록 기획한 일이다. 이를 통해 KBS교향악단, 피아니스트 손열음,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 국립합창단 등 500여 명의 국내 우수 음악인들을 유럽 무대에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무엇보다 이 공연에서 한국 연주자들이 대관비나 홍보비를 직접 지불하지 않고도 정당한 개런티와 대우를 받으며 한국 음악을 선보였다는 점은 문화 강국으로서의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 외에도 그는 세계 3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빈 필하모닉, 베를린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의 악장 및 수석 단원들과 앙상블을 기획해 미국 및 유럽 최정상 음악인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데도 앞장섰다. 또한 국립중앙박물관의 이집트 문명전 '파라오와 미라', 국립현대미술관의 '피카소와 모던아트' 전시 유치에도 기여하며 공연 예술을 넘어선 다양한 문화 교류를 성사시켰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한국 여성 최초로 오스트리아 대통령 금장 훈장과 대한민국 정부의 국민 포장을 수상하며 그 업적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2025 경주국제뮤직페스티벌에서 명연주를 선보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를 기회로 삼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유소방 대표에게 코로나19 팬데믹은 가장 큰 위기였다. 2020년에만 80~100개의 공연이 취소되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위기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빈 필하모닉 멤버 앙상블' 신년음악회를 무사히 마친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여기며, 취소된 공연들의 항공료 환불 문제 등 복잡한 상황들을 해결해나갔다.

코로나19는 그에게 '인내'와 '생각의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간 바쁘게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달리던 삶을 잠시 멈추고 숨 고르기를 하며 급변하는 외부 상황에 대처할 방안을 고민했다. 특히 온라인 중계에 부정적이었던 자신의 편견을 깨고, 제주도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의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관객들의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코로나 자체는 우리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지만, 그 안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우리의 모습은 긍정적"이라고 말하며 위기를 통한 성장을 강조했다.

가장 아쉬웠던 공연으로는 25년 만의 내한 공연을 앞두고 취소된 오스트리아 '빈 방송교향악단 ORF'의 공연을 꼽았다. 약 2년간의 준비 기간과 100여 명의 참여 인원이 동원된 대규모 프로젝트였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방송국 측이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공연 진행 의사를 밝히며 "전 세계가 어려운 시기에 우리 방송 오케스트라가 한국에서 연주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던 일화는 유 대표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서로 간의 굳건한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한국 클래식의 과제와 미래 비전

 

유소방 대표는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의 뛰어난 실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전 세계 콩쿠르를 휩쓰는 성과에 비해 유럽 본토에서 연주 기회를 얻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그는 콩쿠르에서 선보이는 '완벽한 음악'과 유럽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느낌 있는 음악'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지적하며, 한국 연주자들이 더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예술적 깊이를 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그는 해외 오케스트라에 한국 아티스트에게도 기회를 줄 것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한국 연주자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가장 한국적인 것을 세계 무대에 선보이는 것이다. 2023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 국제 페스티벌'에서 광주시립창극단이 창극 <흥보가>와 전통춤, 사물놀이 등을 선보여 기립박수를 받았던 경험은 그에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앞으로도 그는 한국 전통 예술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APEC21 앙상블 악단(지휘 이윤국)과 함께 열연을 펼친 소프라노 임선혜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기념 '경주국제뮤직페스티벌'의 성공적 개최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라는 쾌거를 기념하는 '2025 경주국제뮤직페스티벌'은 유소방 대표가 이루어낸 또 하나의 국제적인 행사이다. 지난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간 경주 예술의전당 화랑홀에서 개최된 이번 페스티벌은 문화와 예술을 통한 세계인의 화합과 교류의 장이 되었다.

페스티벌 첫째 날인 6월 13일 금요일,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세계적인 거장인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KBS교향악단이 무대에 올라 페스티벌의 포문을 열었다. 여기에 세계 3대 콩쿠르를 석권하며 젊은 거장으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협연자로 나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이들의 만남은 화랑도들이 꿈을 불태우던 고도 경주의 역사성과 품격 있는 클래식 음악의 만남으로, 국제 무대에서 한국 문화의 위상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페스티벌 둘째 날인 6월 14일 토요일에는 지휘자 이윤국이 이끄는 APEC 21개 회원국 대표 주요 솔리스트들로 구성된 APEC 앙상블 오케스트라의 특별한 공연이 펼쳐졌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음악을 통해 하나 되는 이 무대는 APEC의 정신인 '연결성'과 '협력'을 예술적으로 구현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소프라노 임선혜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이 협연자로 나서 비발디의 '현악기를 위한 소나타'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 민요 메들리와 퍼시픽 국가 메들리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선보였다.

페스티벌 마지막 날인 6월 15일 일요일에는 국제 실내악 앙상블과 함께 울산시립교향악단이 무대에 올랐다. 지휘는 오스트리아 빈 심포니와 일본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세계적인 지휘자 사샤 괴첼(Sascha Goetzel)이 맡았다. 특히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소프라노이자 그래미 어워드 수상자인 조수미가 출연하여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사샤 괴첼의 섬세하고 역동적인 지휘와 울산시립교향악단의 견고한 연주, 그리고 조수미의 압도적인 성악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음악적 감동을 선사했다. 마지막 날 공연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 등 듣기 편안하면서도 화려한 곡들로 구성되어 유쾌하고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 경험을 제공하며 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했다.

유소방 대표는 자녀를 훌륭한 예술가로 키우고자 하는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은 독립적인 존재"임을 강조하며, "교육된 음악이 아닌 스스로 느껴서 연주하는 음악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조언한다. 그의 삶과 철학은 K-클래식이 세계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한국 예술가들이 진정한 예술가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유소방 대표가 꿈꾸는 세계 속 한국의 모습은 바로 한국의 재능 있는 연주자들이 전 세계를 이끌고, 한국의 음악적 위상이 더욱 높아지는 아름다운 미래이다.


 2025 APEC 국제뮤직페스티벌에서 울산시향과 함께 실력을 보여준 지휘자 사샤 괴첼

  2025 경주국제뮤직페스티벌에서 멋진 무대를 보여준 세계 최고의 소프라노 조수미